차은일목사
교회에서 일을 맡겨보면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어떤 분들은 일을 맡기면 무조건 부담스러워합니다. 맡겨진 사명이 짐같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어떤 분들은 기쁨으로 그 일을 감당하겠다고 말합니다. 두 사람의 차이점을 찾아 보면 가장 큰 이유 한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사명에 대한 체험입니다. 한 사람은 사명을 감당해 본 사람으로 사명이 주는 힘을 체험했었기에 또 기대하며 기꺼이 일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사명을 제대로 감당해 본 경험이 없었거나 있더라도 이미 감격을 모두 잃어버렸기에 김빠진 사이다 같이 뒤로물러나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 두 사람이 얼마나 다른 태도로 인생을 살아갈지는 확인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사명이 주는 힘과 기쁨을 알지 못하고 사명을 부담스러워하는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기쁨이나 감격은 찾아 볼 수 없는 힘겨운 신앙생활을 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달 제 3차 멕시코 단기선교에 참여하면서 사명은 힘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기회를가질 수 있었습니다. 참가한 학생들의 눈빛을 통해 사명이 주는 힘과 기쁨을 재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사명과 거리가 먼 세대에 살고 있는, 그것도 아직 다 여물지 않은 청소년들이었지만, 멕시코 선교라는 사명 앞에서 그들은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만약 수련회나 수양회에 갔었더라면 잠자리를 놓고 또는 음식을 놓고 불평과 불만을 터트렸을 철없는 아이들이 마치 전투를 앞에 둔 군인과 같은 절도를 보였습니다. 붉은 황토 먼지와 뙤약볕에도 불구하고 곡괭이질과 삽질을 하면서 심지어 시멘트를 붓고 다듬는 중노동을 하면서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 우리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성냥곽 같은 나무판자 속에서 기어 나오는 맨발의 인디오 아이들을 업어주고 달래주고 노래하고 연극공연을 하였습니다. 마침내 어떤 학생들은 자신의 시계를 가난한 아이에게 끌러 주고는 감격의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 기도회를 하면서 하나님이 주시는 뿌듯함과 기쁨에 상기된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사명은 부담이 아니라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장년들도 마찬가지라고 믿습니다. 사명이 없는 교회는 방향키를 잃어 버린 배처럼 표류하게 되어 있습니다. 무엇 해야 할 지 알지 못하는 교회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다투고 싸우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교회는 예배실의 카페트 색깔을 결정하는 일 때문에 두 패로 나뉘어 갈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을 맡겨도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사명을 붙드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산타바바라에서 살게 하시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공부를 위하여 또는 비즈니스를 위하여 라는 목적이 있겠지만 그보다 높은 사명, 하늘에 보화를 쌓는 사명에 불타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인도 별로 없는 이곳에 살게 하시는 데는 이곳에 오는 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세계를 향해 선교를 감당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있으심에 틀림없습니다. 그 사명을 붙들고 힘차게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