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일
산타바바라에 온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이곳에 와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인종차별이 심한 지역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살아 보니까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동양인인 나를 대하는 눈빛이 차갑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몇몇 분들로부터 들었던 인종차별적인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던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럴 수가 있을까? 이 나라가 무슨 백인들의 나라인가? 누가 미국의 진짜 주인이 백인이라고 규정해 주었는가?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분을 삭히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산타바바라를 보니까 왠지 정이들지 않고 썰렁한 도시로 보이기도 했었습니다.
몇 주전 저희 교회에서 야외예배를 드렸습니다. 많은 음식을 차려 놓고 우리끼리만 즐기는 것 같아서 International Family를 수소문하여 산타바바라 지역에 있는 한국아이들을 입양한 부모님들과 아이들을 초청하였습니다. 아이들과 부모님을 포함하여 거의 20여명에 가까운 손님들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들의 대부분은 모두 백인들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한국입양아들의 맑은 눈망울과 환한 얼굴을 보면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왠지 한국인으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백인부모님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었지만 입 밖으로는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 깊은 속에서는 말할 수 없는 감동과 고마움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수 없이 외쳤습니다.
저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그 백인부모님들의 눈빛 속에는 입양한 한국자녀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가득히 담겨 있었습니다. 비록 피부색이 다르고 모습이 전혀 달랐지만 그들은 그 아이들을 자신의 친자녀처럼 사랑으로 돌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어느 부모는 직장을 잠시동안 중단하고 입양한 아이를 키우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저는 그 때 깨달았습니다. 산타바바라가 아무리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하더라도 산타바바라는 참 좋은 곳이구나. 그리고 산타바바라에 인종차별을 하는 몇몇 좋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있겠구나. 5월12일은 저의 눈을 활짝 열어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산타바바라를 볼 수 있게 해주는 날이었습니다. 산타바바라에는 인종을 초월하는 사랑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는 참 좋은 도시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인종을 초월하는 사랑을 가진 사람으로 사랑을 베풀며 우뚝 서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