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04 07:49:28 359
산타바바라 교우들의 만남이 서울에서 있었습니다.
2년 전 산타바바라에서 지낼 때에는 이 다음에 한국에서 우리 교회분들을 만나는 모임을 가지려면 적어도 10년 정도는 지나야할 것 으로 느껴졌습니다. 한국으로 귀국한 뒤 과연 산타바바라의 어떤 분들이 서울을 방문하실 기회를 가지실지 잘 몰랐습니다.
저희 가족처럼 산타바바라를 임시로 거쳐가던 가족들에게 늘 하나님의 사랑을 베풀어 주시던 한혜순 집사님께서 서울을 갑자기 방문하신다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내심 당시에 산타바바라에서 같이 지내던 교우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에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많은 인원이 모일 장소는 결국 차은일 목사님 댁으로 정해져 권사님, 목사님, 사모님께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때는 예배 준비로 가장 바쁘실 토요일 저녁이었습니다. 모처럼의 모임은 보이지 않게 음식을 준비하신 교우들과 교통이 막히는 서울 한복판을 세시간 가량 운전하며 뚫고 오신 교우들에 의해 은혜와 사랑이 넘치는 교제로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한혜순 집사님께서 신앙을 격려하시는 모습에 한국에 있는 저희들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욱 하나님께 가까이 가고자 마음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도한 지역을 돌며 신앙을 격려하던 바울의 모습이 연상이 되었습니다.
산타바바라 한인장로교회 생각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특히 토요일 아침이면 그곳의 새벽기도회가 생각납니다. 아름다운 곳에서 차분히 드려지던 새벽기도회, 그리고 성도님들의 한결같은 사랑에 저희 가족과 같은 나그네들은 새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달려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곳 서울에도 COSTCO는 있고 그곳에서 도넛을 맛보게 되지만 역시 최고의 도넛 맛은 새벽기도회 마친 다음에 먹었던 그 도넛과 박혜련 집사님의 홈메이드 빵, 그리고 권사님, 집사님들께서 타 주시던 커피맛입니다. 그냥 조용하고 아름답기만한 시골 마을로 생각했던 산타바바라에서 그토록 순수하고 차분하면서도 힘있는 신앙을 가지신 분들을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영적으로 지쳐 있던 제게 안식처가 된 우리 산타바바라한인 장로교회의 성도님들께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학기 대학원에서 새로 가르치는 지반재해분석 (Geohazards Assessment) 강의의 교재를 선택하였습니다. 그런데 우연히도 UCSB 교수가 저자인 탓에 교재의 내용에 산타바바라에 관한 것이 자주 등장합니다. 지진 문제부터 시작해서 La Conchita 산사태까지 등장하다보니 강의준비하면서 정말 재미있습니다. 산타바바라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고, 학생들에게는 더욱 실감나는 설명을 해 줄 수도 있어서입니다. 특히 귀국을 앞두고 La Conchita에서 발생한 산사태 현장에 구세군교회분들을 통해 식량배급 봉사하러 가서 현장을 관찰할 수 있었던 기억은 언제 떠올려도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얼마 전 국제학회에 참가했을 때 La Conchita 산사태에 관해 어느 미국 교수가 논문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왔습니다.
나그네를 만나서 반기고, 정을 주면서 베풀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다가도 어느새 훌쩍 떠나가야만 하는 나그네의 모습에 여러 성도님들도 때론 지치셨을 것 같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런 만남을 통해 나그네들은 쉼을 얻고 하나님을 더 찾게 되는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끝없는 위로가 우리 산타바바라 한인장로교회의 모든 성도님들께 한껏 베풀어지시길 소망합니다. 멀리 가서 전도하는 사명도 있겠지만 산타바바라와 같이 모여드는 나그네를 전도 하는 사명도 엄청나게 중요함을 봅니다. 이를 위해 하나님께서는 산타바바라 한인장로교회를 세우셨음을 봅니다.
비록 떨어져 있지만 동일한 하나님께서 끝없는 사랑을 우리들에게 동일하게 쏟아부어 주심을 알게 됩니다. 한국 땅에도, 산타바바라 땅에도, 그리고 LA를 비롯한 미국 각 지역에도 동일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또 소식을 전하며 교회와 목사님과 성도님들을 위하여 틈틈이 기도로 후원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서울에서 박형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