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일
제 아이들이 취학연령이 되어서 학교에 보내었더니 영어가 백인아이들에 비하여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습니다. 그 해결책으로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하기 시작했고 저녁때마다 책을 읽어 주거나 읽히는 노력들을 계속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동생은 제법 영어를 잘하는 편이고 형 역시도 현저하게 영어실력이 향상되었습니다.
그렇게 교육하기를 1년 쯤 지나면서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이 한국어를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읽고 쓰는 것은 물론이고 말하는 것 조차도 외국인의 혀 꼬부라진 소리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Identity는 American이 아니라 Korean-American인데 뒤의 American의 언어만 할 줄 알고 앞의 Korean은 할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뿌리를 인식할 줄 아는 의식있는 인간으로 키우려면 자기 민족의 언어를 아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전혀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것이고 현실에서도 실상 한국어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살아가기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앉혀 놓고 한국어까지 가르치기에는 능력이 없을 뿐 더러 그만한 여유도 의욕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럴 때 마지막 희망은 한국학교에 보내는 것인데 대도시에 흔히 있는 한국학교가 이곳 산타바바라에는 없다는 것이 더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그렇다고 핑계만을 대면서 그냥 간과하기에는 한인 목회자로서의 양심이 허락하지를 않습니다.
몇 주 전 설교에서 “산타바바라에 한인교회가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말씀을 전한 적이 있었습니다. 진정한 신앙인은 민족에 대한 관심 역시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에 있는 한국어권의 학생들을 위하여, 1세들을 위하여 그리고 2세교육을 위하여 한국교회가 꼭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영어가 불편하지 않는 1세라고 할지라도 기왕이면 산타바바라의 한국교회에 출석하시면서 같은 민족을 위하여 봉사하고 나아가서 우리 민족의 결집된 힘으로 지역사회를 향해, 세계를 향해 선교와 봉사를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드렸습니다.
이제, 한인교회가 있어야 하는 이유들 중의 하나를 실천할 좋은 기회가 왔습니다. 한국학교의 설립입니다. 우리 교회 안에는 우수한 인력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녀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최고학부를 나온 엘리트 교사들이 있습니다. 그 교사의 자질로만 따져도 미국공립학교보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교사진입니다. 이런 분들이 모여 주님 섬기는 마음으로 우리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 섬길 것입니다. 아직은 시간의 양이나 시설면에서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우리는 시작할 것입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기에, 더 이상은 간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담대하게 한국어교육을 시작할 것입니다.
적어도 한인교회가 이 지역사회를 향해 마땅히 해야 할 사명으로 알고 기쁨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