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일 목사 325
산타바바라에 온 지도 어느덧 4년 반이 지났습니다. 늘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곳이라서 꽃 향기에 취하여 있다 보니 사계절을 잊은 채 시간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항상 마음 속 한구석에서 조국으로의 부름을 위해 기도하여 왔었는데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부르심의 방법이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아니면 결코 될 수 없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여러 가지 불안한 요소들이 있지만 믿고, 맡기고 가게 되었습니다.
지나 온 시간들을 돌이켜 볼 때 늘 받기만 한 목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의 말할 수 없는 은혜를 받았고 성도들로부터 가슴 뭉클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특별히 담임목사로서 첫 목회지인 산타바바라는 제게 천국에서도 기억하게 될 친정과 같은 목회지가 되었습니다. 물 설고 낯 설은 땅에 살면서도 고향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게 해 주셨던 권사님들의 푸근한 사랑과 집사님들의 깜짝 깜짝 놀라도록 만드는 진한 사랑과 여러 성도님들의 풋풋하고 친근한 사랑에 늘 취해 있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막상 떠나야 할 시간이 되고 보니까 좀 더 기도할 껄.., 좀 더 사랑해 드릴 껄… 좀 더 섬길 껄… 하면서 ’껄껄껄’ 꺼리는 아쉬움에 한숨이 저절로 나올 뿐입니다. 그렇기에 더 더욱 산타바바라를 떠나는 마음이 뒤가 돌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곳 산타바바라에서는 늘 받기만 하는 목사로 떠나게 되어 죄송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하나님의 소명을 붙들며 조국의 교회로 가면, 받기만 하는 목사가 아니라 늘 베풀 수 있는 목사가 되어 보렵니다.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할 수 있다는 말처럼 늘 받기만 했던 목사이기에 이제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베풀며 살기 위해 노력해 보렵니다. 조국의 하늘 아래서 내 것만 챙기고 싶은 욕심쟁이 목사의 모습으로 변질되려 할 때면 제게 사랑을 베풀어 주셨던 산타바바라의 교우님들을 기억하렵니다. 그러면서 받았던 사랑을 세어 보면서 사랑을 베푸는 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제가 떠나고 새로운 목사님이 오시게 되면 그 목사님도 이런 사랑을 받으시게 되겠지요… 그리고 먼 훗날 그 목사님도 우리 교우님들의 순수한 사랑, 너그러이 이해하고 감싸주는 사랑, 끝까지 기다려 주는 사랑을 받아서 이만큼 성장하게 되었노라고 고백할 수 있게 되겠지요. 좋은 성도를 만나서 좋은 교회에서 사역을 하다가 좋은 목사가 되어서 떠납니다.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로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