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일 2004-05-09 23:56:47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특히 5월8일 어버이 날을 지낼 때면 늘 마음에 부담감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카네이션 한 송이만 준비하면 되는 날 쯤으로 여겼었는데 나이를 먹어 갈 수록 어버이날은 부담감과 죄송함이 가중되는 날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내가 이 시대에도 제대로 효도를 못하는데 만약 과거에 태어났었더라면 큰 불효자가 되었겠구나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여러모로 효도하기가 힘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부모님께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하고 싶어도 쌀이 떨어져서 대접할 수 없는 절대적 빈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효도는 인간의 기본 도리임을 인정하고 모두 열심히 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효도를 잘 하려면 뼈를 깎는 고통과 희생이 요구되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 예로 어머님 생신 때에 고깃국을 대접하고 싶은 며느리가 자신의 허벅지 살을 잘라서 국을 끓였다는 일화나, 눈 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백석에 자신을 제물로 팔았던 심청이 쯤 되어야지 효도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떻습니까? 늙으신 부모님을 여행시켜 드린다며 제주도에 버려 두고 가버리는 현대판 고려장이야기, 부모님을 때리고 심지어 죽였다는 패륜아 이야기, 이제는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어머니가 아니라 시집살이를 하는 시어머니도 있다는 이야기 등은 효도에 대한 우리민족의 미덕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더구나 물질적으로도 더 이상 절대 빈곤은 없는 시대입니다. 부모님에게 음식대접을 원한다면 냉장고에 쌓여있는 재료만으로도 임금님 부럽지 않을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시대입니다. 털털거릴망정 부모님을 편안하게 모실 가마보다 더 좋은 자가용도 있습니다.
저는 효도에 관하여 이 시대를 이렇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효도조차도 하지 않는 시대이기에 잘하지는 못해도 기본만 해도 상대평가에서 상위권에 들어갈 수 있는 효도커트라인이 낮아진 시대라는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도 성경이 우리들에게 출제하는 문제는 늘 똑같습니다. 이 문제에 정답을 쓰기만 하면 엄청난 상을 약속해 주고 있습니다. 그 문제는 “내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네’라고 답하며 부모공경을 실천하는 사람에게 ‘이 땅에서 잘되고 장수하는 복’을 상으로 약속하시고 계십니다. 이 땅에서 잘 되면서 오래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 땅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복을 상으로 받아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시대, 잘은 못해도 효도의 기본만 해도 하나님이 약속하신 복을 받아 당겨 누릴 수 있는 시대, 이 시대에서 가장 수지 맞는 장사가 있다면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