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일
산타바바라에서 사역한 지 어느덧 만2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얼떨떨하기도 하고 시골이라는 생각에 별로 할 일도 없을 것 같았는데 일을 하려고 마음 먹고 찾아나서다 보니까 여러가지 일들로 정신이 없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요즘은 새학년이 시작되면서 한국에서 또는 외지에서 많은 학생들이 오는 관계로 가끔은 저희 교회 역시도 그 일에 제법 시간을 투자하고 도움을 주어야 하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꼭 교회다니는 사람에 한하여 돕는 것은 아니고, 믿지 않는 분들이라도 도움을 청해오면 기꺼이 그 일을 돕고 있습니다. 오히려 믿지 않는 분들을 도울 때면 그 분들이 교회에 나오시지 않더라도 그 작은 사랑이 복음의 씨앗이 되어 열매를 맺을 것을 기대하면서 학원선교사역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힘들어서 지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장 힘들 때가 있는데, ‘이것이 진정 교회의 사명 중의 하나일까?’ 하는 회의감이 들 때입니다. 스스로 위로하기는 산타바바라는 지역 특성상 한인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학교들이 학생들에게 주거지를 책임져 주는 것도 아닌 형편이다 보니까 한국에서 오시는 난감한 한인들에게는 한인교회가 유일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인장로교회의 담임목회자로서 저 역시 이 섬김의 사역을 하면서 때로는 갈등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신앙있는 분들이 교회에 나오시지 않는 것을 보면서 집나간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으로 아픈 가슴을 쓰다듬을 때도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길지 않은 기간, 길게는 5년까지도 계시지만, 대부분 1년 이내에 오셨다 가시는 분들을 보면서 목회자 뿐 아니라 사랑을 쏟았던 주민들의 심신이 많이 힘들어하는 것도 사실입니다.그러면서 참 힘들다! 라는 한숨이 나옵니다.
그러다가 생각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평생을 캠퍼스 사역만을 전적으로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우리 지역에도 20여년을 산타바바라에서 수고하시고 계시는 이웃의 선배목사님도 계신데, 나 같이 젊은목회자가 겨우 2년 밖에 섬김의 사역을 하지 않은 주제에 힘들다고 하는가? 라는 질책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의 전환을 하면 세상이 달라 보이고 마음을 바꾸면 사역이 달라 보임에 틀림 없습니다. 지난 주 성경공부에서 섬김에 대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긍휼에 대하여,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의 본문을 가지고 공부를 했었습니다.
섬김에는 수고가 따를 것입니다. 긍휼에는 희생이 따릅니다. 그리고 그 일은 마지 못해 끌려 다니며 하는 일이 아니라 의지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그리고 주도적으로 힘차게 하여야 하는 일입니다.
산타바바라… 다른 어느 지역보다 섬김의 기회가 많은 지역입니다. 그것은 저나 이곳에 사시는 모든 성도님들에게 다른 사람을 섬길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큰 은혜의 기회임에 틀림없습니다.
섬김의 일 역시도 사명으로 알고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