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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원에서 쓰는 연애편지 (2003년5월샬롬지)

차은일
제가 일주일간 기도원을 간다고 하니까 몇몇 분들은 교회에 무슨 일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노라고 안심을 시켜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제 자신에게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왜 기도원에 가느냐고? 가장 비중있는 대답은 “문제가 없을 때 더 실컷 기도하고 싶어서였고 하나님의 능력이 아니면 목회할 수 없을 것 같은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 였습니다.

산타바바라에 온지도 어느덧 이년이 가까워 오고 있습니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뛰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저도 담임목회자로서 전보다는 조금씩 성숙해 가는 것 같고, 성도님들도 영적으로 눈에 띄게 진보하는 분들도 보이고, 교회적으로도 큰 어려움 없이 하나님께서 복을 주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신호등 색깔로 표현한다면 “그린”색깔에 가깝다는 확신 속에 자축해 봅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일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나 성도님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면 들수록 과연 내가 그런 사랑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가 라는 자책이 몰려왔습니다. 그러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영적 지도자로서의 밑바닥을 보게 되었습니다.
월요일 기도원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는 산기도처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곳은 기도원에서 1마일 가량 떨어진 제법 깊은 산중에 있습니다. 그 산길을 혼자 걷는 중에 하나님은 저의 울음보를 터트리셨습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성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교회를 생각하면 꺼이 꺼이 울음이 터졌습니다. 하나님은 내 속 깊은 곳에 있는 슬픔들을 끄집어 올리시고 계심을 확신합니다. 걸으면서 한 없이 한 없이 흐느껴 울었습니다. 제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아픔들과 안타까움 그리고 서러움들이 내 안에서 터져 나옵니다. 지금도 한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일하고 있을 성도님들을 생각하면 알 수 없는 서러움에 콧잔등이 시큰하며 눈물이 핑글 돕니다.

지금 수요일입니다. 기도원을 관리하시는 장로님 내외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계시지 않는 이곳에서…이번 기도원 일정은 제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핑계를 만들어서 내려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하나님과 성도님들께 드린 약속이기에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렵니다. 홀로이 산속을 걷노라면 산짐승이 튀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약한 마음도 생깁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제가 만나고 있는 그리고 더 깊이 만날 하나님을 기대하며 기쁨으로 있기를 원합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저만의 시간이니까 성경도 열심히 읽고 영성 깊은 책들도 읽으면서 은혜의 눈물을 마음껏 쏟으렵니다.
아참 이 글을 쓰고 나니 갑자기 힘과 용기가 생겼습니다. 주일 성도님을 뵐 때는 제 얼굴 뒤에 동그란 금테는 없어도 환한 미소와 행복이 넘쳐나는 모습으로 만나 뵙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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