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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약속 (2004년7월 샬롬지)

차은일 목사 2004-07-19 00:13:36
한달 전 쯤 큰 아들 준이가 성경을 읽고 있길래 “어디 읽고 있니?”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창세기 35장을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이 어른들이 보는 NIV 한영성경을 그 만큼 읽고 있다는 이야기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첫째는 내 아이가 책을 이렇게 잘 읽는구나 하는 인간적인 기쁨이 있었고 둘째는 아빠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주일학교에서 배워와서는 이렇게 영적인 훈련을 하는구나 하는 대견함에 기뻤습니다.

어제 밤이었습니다. 제가 성경 디모데전서를 읽고 있었는데 아이가 들어왔습니다. 디모데전서가 성경 거의 끝부분에 있어서인지 아이가 눈이 동그래져서 “아빠 성경책을 거의 다 읽으셨어요? 아빠는 pastor이니까 성경을 많이 읽는 거 맞지요?”하면서 말을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저는 급한 마음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준이야 너는 요즘 성경 어디를 읽니?” 제 질문의 의도 속에는 “창세기는 끝마쳤어요!”라는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창세가 35장을 읽고 있다는 이야기에 다소 실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아이와 이런 다짐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Stephen! I will do my best to be a good pastor, a good preacher and a good father.” 그러면서 “You have to do your best to be a good Christian, a good student, a good son and a good brother.”

초등학교 2학년인 어린 아이의 눈에는 아직까지 아버지는 존경스러운 사람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래서 디모데전서를 읽고 있는 아빠는 당연히 성경의 거의 끝부분을 마치고 있는 super Reader로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를 가고 대학교를 갈 나이가 되었을 때는 내가 저 아이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봅니다. 식은 땀이 죽 흐르는 긴장감을 느끼게 됩니다. 제 아이가 성숙하여졌을 때 혹시라도 비추어질 나의 모습이 영적 지도자로서 부끄러운 모습이거나, 존경스러운 목사의 모습이 아니면 어떻게 될까요? 더구나 존경심이 전혀 생기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보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아들에게 약속한 대로 나는 좋은 아빠, 좋은 목사, 좋은 설교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그런 사람이 될 수 만 있다면 아이에게 그 이상 좋은 role model은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감사하게도 저에게는 좋은 role model이 계십니다. 그 분은 완전하시고 전능하시고 사랑이 많으신 정말 좋으신 분이십니다. 그 분이 내게 본을 보이시며 “내가 너희에게 본을 보인 것처럼 너희도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분의 본을 따라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래서 먼 훗날 내 아들이 내가 만난 그 분을 만나기 전까지는 부족한 이 애비를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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